Pulp (♬)
'TV 없인 못살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우린 낄낄대고 웃었다. 자막 때문이 아니라 'TV is my life'라던 케빈(나홀로 집에 3)의 대사를 들어서라는 걸 서로 알았기에, 또 원문을 해치는 번역문을 두고 흥분하여 성토하던 모습을 보면서, 남들은 모를 듯한 재미와 해박한 미적 재능과 너무도 쿨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 친구를 내가 우러러 볼 정도로 좋아하는 건 매우 당연하게 여겨졌다. 편지를 나눌 땐 봉투에 영화퀴즈를 내기도 했다. 대사를 적거나 제목을 영영사전의 뜻으로 적어 무슨 영화인지 맞추도록 친구는 나를 시험하기도 했고, 검색도 어려운 통신 시절이라 보기 힘든 귀한 영화를 선심쓰듯 알려줄 땐 그 친구도 나만큼 나를 소중히 여기는가 싶었다. 같이 인디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마음속 얘기는..
20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