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5. 21:28ㆍlost_in_translation
암개미의 운명
수개미들의 정액으로 암개미의 저정낭(貯精囊)이 가득 찬다. 암개미는 그날 하루에 비축한 정액으로 15년 동안 매일 알을 낳을 수 있다.
(......)
살아 남은 암개미에게도 시련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도 산란이라는 가장 혹독한 시련이 남아 있다. 여왕개미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인 암개미는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다 ─는 적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땅속에 들어가 몸을 반쯤 숨긴다. 그러나, 그렇게 꼼짝 않고 있으면 먹이를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여왕개미는 우선 아무 쓸모가 없게 된 제 날개부터 먹어 치운다. 그 다음에는 주위에 널려 있는 먹을 거리를 모조리 삼켜 버린다. 이제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 해결책이란, 바로 제가 낳은 알을 먹는 것이다.
여왕개미는 알 하나를 낳고는, 당장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알들을 낳기 위해 그것을 먹는다. 그때부터 으스스한 산술이 시작된다. 여왕개미는 알 세 개를 낳아 그 중 둘을 먹고 하나를 키운다. 나중에 그것을 마저 먹고 다시 알 세 개를 낳는다. 그 중 세 번째 알은 좀더 오랫동안 남겨 둔다. 그러기를 몇 차례 되풀이한 뒤에, 마침내 개미 한 마리가 알을 깨고 나온다. 그 무녀리 개미는 가냘프고 허약하지만, 구멍을 빠져 나가 밖에서 먹이를 날라 올 수 있다. 그럼으로써 여왕개미는 더 이상 알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 개미가 날라다 준 먹이를 먹고 여왕개미는 마침내 품종이 우수한 알들을 낳기 시작한다. 그 알들이 부화함으로써 제 1 세대의 <정상적인> 시민들이 출현한다. 그들의 첫 임무는 여왕을 먹여 살린 허약한 무녀리 개미를 죽이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여왕개미가 알을 먹었던 고통스런 과거가 깡그리 잊혀진다. 도시를 태어나게 한 최초의 개미를 죽임으로써 개미 사회는 식의(食蟻)의 관습으로 얼룩진 더러운 역사를 씻고 새롭게 출발한다. 이후에 태어날 새로운 세대들은 새끼에 대한 어미의 잔학 행위와 도시를 살려 낸 영웅적인 선조의 죽음으로부터 자기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게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아이디어를 찾거나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구하고자 할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시토 수도회 수사들의 묵상법을 본떠서 달리 자신이 개발한 방법이다.
수프 접시 하나와 작은 숟가락 하나를 갖다 놓고, 큼직한 팔걸이가 달린 의자에 앉는다. 잠귀가 어두운 사람에겐 큰 숟가락이 필요하다. 팔걸이에 팔을 얹은 채 엄지와 중지로 숟가락을 살며시 잡고, 그 아래 바닥에 접시를 엎어 놓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생각하면서 잠을 청한다.
숟가락이 접시 위에 떨어져 갑자기 잠에서 깨어 날 때, 문제가 해결된다.
『역경』
결국 인생은 쌍륙놀이에 비유할 수 있다. 말들이 쌍륙판을 한 칸씩 돌아다니듯, 우리는 이런 상황 저런 상황을 두루 겪으며 산다. 변화를 겪는 차례가 각자 다를 뿐, 우리의 모든 운명은 하나인 셈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인디언 사회는 평등주의적인 사회였다. 물론 추장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지도를 따를 때만 추장일 수 있었다.
수면
프랑스 국립 보건 의학 연구소의 피에르 살수렐로 교수의 말이 흥미롭다.
<우리는 밤마다 어떤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한창 역설 수면에 빠져 있는 성인을 깨운 다음, 꿈속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기를 다섯 차례 되풀이했는데, 피실험자의 이야기는 매번 달랐지만, 거기에는 공통적인 핵심이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방해를 받은 꿈이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것 같았다.
_베르나르 베르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