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편지
2014. 8. 18. 22:40ㆍlost_in_translation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가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 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마라
다만,
언 땅에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있는 신호로만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문정희 (1947- )